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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올드팝

7080올드팝: 엘튼존'Candle in the Wind' 마릴린, 다이애나, 추모

by 5060mystory 2025. 7. 11.

 

 

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엘튼존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화려한 팝 스타, 선글라스와 피아노,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멜로디.
엘튼 존(Elton John)은 수많은 명곡을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Candle in the Wind'는 음악 그 이상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두 명의 아이콘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비에게 바친 노래이자, 세대를 잇는 추모의 언어로 남아 있다. 한 편의 서사처럼 펼쳐지는 이 곡의 배경과 의미를 따라가다보면, 음악이 주는 위대한 힘을 느낄 수 있다.

 

1. 마릴린 먼로를 위하여, 잊을

엘튼존의 기타 선율이 들리는 듯한 기타를 연주하는 이미지
엘튼존의 기타 선율이 들리는 듯한 기타를 연주하는 이미지 출처: www.pixabay.com

수 없는 첫 시작

엘튼 존은 작사가 버니 토핀(Bernie Taupin)과 함께 마릴린 먼로를 추모하는 곡을 썼다. 'Candle in the Wind'는 미국의 대표 여배우이자 짧은 생을 살다 떠난 마릴린몬로를 기억하기 위한 곡이었다. “Goodbye Norma Jean”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이 곡은, 바로 몬로의 본명. ‘사람들이 널 몰랐다고 노래를 시작한다. 단지 섹시한 스타로 소비되었던 그녀의 진짜 이야기를, 고요하고도 애잔한 멜로디에 실어 세상에 전했다. 이로 대중들은 마릴린 먼로의 다른 이면을 알게 되고, 공감하게 되고 그녀의 삶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엘튼 존은 이 곡을 통해 단순한 팝 가사와 멜로디를 넘어공감을 담는 아티스트로 기억된다. 대중문화 속에서 인물이 어떻게 소비되고 잊히는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이 곡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한 인간으로서는 비극적인 삶, 영화 속 화려함 뒤의 외로움은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2. 다시 밝혀진 촛불다이애나를 위한 헌정 음악

24년이 지나, ‘Candle in the Wind’는 다시 태어나게 된다. 1997년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엘튼 존은 곡의 가사를 바꾸어 그녀에게 헌정했다. “Goodbye England’s Rose”로 시작하는 버전은 전 세계적으로 약 3천만 장 이상이 판매되며, 역대 가장 많이 팔린 싱글 중 하나가 되었다.

이 무대는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단순한 헌정 공연이 아닌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수많은 군중과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진 퍼포먼스로 엘튼 존이 조용히 피아노를 치며 불렀던 이 곡은 다이애나의 삶과 의미를 집약한 듯한 순간의 감동과 애도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모았다. 대중과 가장 가까웠던 왕족, 아이들을 안고 거리로 다가갔던 다이애나의 인간적 면모는 마릴린 몬로와 마찬가지로 대중이 사랑했지만 아쉽게 떠나간짧고 강렬한 존재로 겹쳐졌다.

 

3. 대중과 시대가 만들어내는  우리의 기억 속의 음악

‘Candle in the Wind’는 단지 두 인물을 추모하는 곡이 아니다. 그것은짧게 타올랐지만, 결코 꺼지지 않는 존재들에 대한 상징의 음악이다. 이 곡은 마릴린 먼로나 다이애나 비에 국한되지 않고, 시대가 만들어낸 아이콘과 그 상실을 받아들이는대중의 방식을 대변한다. 엘튼 존은 자신의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상처받고, 기억하고, 추모하는 방식을 음악이라는 언어로 치유해왔다.

이 노래가 세대를 초월해 회자되는 이유는, 누구나 자신의 삶 속촛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삶과 기억 속에 짧게 타오르고 사라져간 사람, 혹은 어떤 시기의 자신을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 대중은 엘튼 존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상실과 이별을 정리하고, 촛불을 다시 켜는 위로를 받는다.

‘Candle in the Wind’는 엘튼 존의 음악적 커리어에서 정점이라기보단, 변곡점이었다. 그것은 단지 대중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기억을 기록하는 음악, 즉 역사와 감정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후 엘튼 존은 AIDS 환자 지원 활동, 사회운동 참여 등 적극적인 메시지를 실천에 옮기며팝스타를 넘어문화적 인물로 확장됐다.

이 곡의 영향력은 지금도 살아 있다. 장례식, 추모 행사, 혹은 고요한 새벽에 문득 듣게 되는 그 목소리는 시대를 뛰어넘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잊고 있었던 한 사람의 삶과 자신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 음악은 단순히 타오르는 촛불이 아니라, 기억의 빛이다.